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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알의 밀알 (성결신문 4/8/2015 수록)

조회 수 592 추천 수 0 2015.03.13 17:15:10

한 알의 밀알  새빛교회 장선희 목사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요12:24).

 

 문득 오래 전 일들이 생각난다. 내가 초등학교 4-5학년 때쯤이다. 아버님이 직장을 쉬고 계실 때, 어머님은 행상으로 가족을 부양하셨다. 함께 살던 5남매(3남 2녀), 할머니와 부모님 8식구의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셨다. 언니와 오빠가 중학생, 남동생 2명과 나는 초등학생이었는데 생활비가 만만치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홀쭉하게 마르신 어머니는 일찍 일어나 교회에서 새벽예배를 드리시고, 안양 남부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셨다. 어머님은 오전 이른 시간에 동료 상인들과 트럭으로 서울 대림동으로 물건을 옮겨다가 다 파시면 저녁에야 집으로 돌아오셨다. 어머님은 가족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자신을 내어주셨고, 사랑하는 자녀들을 고등교육까지 시키셨다. 물론 아버님도 함께 경제활동을 하셨지만...  

 순진하고 철없던 형제들은 저녁마다 어머님을 기다렸다. 오늘은 어머님이 어떤 간식을 가지고 오실까? 라는 기대감 때문에... 하루는 어머님이 양은그릇에 호떡을 몇 장 사오셨다. 흑설탕을 넣어 만든 녹두빈대떡만큼 커다란 호떡은 마치 꿀을 넣은 것처럼 달콤하고 입에서 살살 녹아 정말 맛있었다. 형제들은 2-3쪽으로 사이좋게 나누어 먹었다. 지금은 아련하고 아름다운 추억이다. 어머님은 딸기, 복숭아, 포도 등으로 우리에게 행복을 주셨다.

 어머님은 조실부모하신 후, 주로 이모님 댁에서 살았고 친척들의 도움을 받으며 성장하셨는데 소학교까지 다니셨다. 어머님은 충분한 보살핌과 사랑을 받지 못하셨을 텐데도 “법 없이도 사실 분이다.” 라고 주변에서 말씀하실 정도로 마음이 선하시고 좋으신 분이다. 언제나 불평불만이 없으셨다. 얼마 전에 소천하신 어머님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어머님은 불교집안에서 태어나셨는데, 아버님은 유아세례를 받으셨다고 한다. 하지만 아버님은 자라면서 교회를 떠나셨고,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성장하셨다. 금은 세공업에 종사하시던 아버님은 그리 넉넉지 않은 살림에 어머님과 결혼하셨다. 가족들이 의정부에서 안양으로 이사 왔을 때, 어머님이 제일 먼저 교회에 다니셨다. 어머님은 한동안 아버님의 실업과 음주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으셨다. 어쩜 그래서 어머님은 더욱 하나님께 매달렸고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셨는지 모른다. 처음에 어머님은 안양제일교회에 다니셨고, 내가 중학교 2학년일 때부터 아버님과 함께 가족들이 안양성결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어머님의 전도로, 아버님은 안양성결교회에서 장로님으로 섬기시다 소천하셨다. 가족들이 함께 교회에 다닐 때도 우리 집 형편은 그렇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때까지 어머님은 여전히 행상을 하셨다. 김소향 권사님, 존경하는 어머님은 가족을 위해 자신을 끝까지 희생하셨다.

 어머님은 지난 1/28(수)에 저녁을 드시고 수요예배를 드리셨다. 예배 후에 피곤하시다고 누우시더니 1시간 정도 주무시고 일어나 화장실을 가시다가 갑자기 쓰러지셨다. 5분 후에 도착한 119 구급차로 어머님을 급히 병원 응급실로 모셨다.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병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맥박과 호흡이 돌아오지 않으면 사망하신 겁니다.” 밤 10시 28분, 어머님의 생명계기판 그래프가 일직선을 그었다. 혈압약을 상용하시던 어머님의 사망원인은 고혈압으로 인한 심부전이었다. 올해 88세이신 사랑하는 어머님은 짧은 시간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셨다. 갑작스럽고 믿지 못할 현실이었다.

 “천국입성!” 장례식장에 보내주신 화환 2개에 쓰였던 단어이다. 장례식장에 오신 분들이 말씀하셨다. “목사님! 호상입니다. 권사님은 천국 가셨고, 깨끗하게 고생 안하시고 소천 하셨잖아요. 힘내시고 위로받으세요!” 네. 맞습니다. 나는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사랑하고 존경하는 어머님을 부족한 자녀들의 사랑과 섬김보다 훨씬 크고 아름다운 사랑과 평강이 넘치는 천국으로 옮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지금도 어머님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벽에 걸린 사진을 볼 때마다 어머님이 그립고 보고 싶다. 그러나 이젠 말씀 위에 더욱 견고히 서고 근신하며 깨어 기도해야 한다. 사명을 잘 감당해야 한다. 어머님은 가족들과 우리교회의 한 알의 썩어진 밀알이 되셨다. 나도 썩어지는 밀알이 되리라. 2015년엔 우리 모두 예수님처럼 썩어지는‘한 알의 밀알’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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